도곡갤러리/해서작품
題伽倻山讀書堂
향수산인
2020. 7. 19. 12:10
題伽倻山讀書堂
- 고운 최치원
狂奔疊石吼重巒 층층 바위 내닫는 물 첩첩 산을 울려
人語難分咫尺間 사람들 말 지척 간에 분간키 어려워라.
常恐是非聲到耳 항상 시비(是非) 소리 귀에 듣기 싫어서 ...
故敎流水盡籠山 짐짓 흐르는 물로 산을 온통 에웠구나.
<題伽倻山讀書堂>은 平起式으로 산운(刪韻)을 사용하여 가야산(伽倻山) 독서당(讀書堂)에서 쓴 것이다. 광분(狂奔)이라 하면 미치광이처럼 미친 듯이 달려 나가는 것이다. 층층바위 사이로 첩첩이 쌓인 산속에서 사자후를 하듯이 거칠게 물이 흘러가고 있다. 그렇게 물소리가 세게 들리니 지척 간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무슨 소린들 들을 수 있을까? 시인은 이를 통해 시냇물과 산들의 심정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사람소리가 듣기 싫은가보다.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는데 세상에는 시시비비로 가득하다. 시냇물도 그런 소리조차 듣기가 싫어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며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