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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노무현 대통령 추모 만장(輓章) 서사를 지켜보며

향수산인 2009. 6. 6. 14:05

 

 

 

 

 

노무현 대통령 추모 만장(輓章) 서사를 지켜보며

 

 

 수요일 오전.

 전날 수업준비를 엉망으로 하는 바람에 수업 시작 바로 직전까지 허겁지겁 자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오늘은 모두 휴강이라 하시며, 대신 다른 것을 좀 도와야 한다고 하셨다.

 갑자기 전 날 총장님께서 노무현 대통령 추모 만장(輓章) 1000장 서사를 서예과에 부탁하셨다고 한다. 추모 행사에 사용될 만장은 모두 2000장으로 1000장은 조계종에서, 나머지 1000장은 우리학교에서 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곽노봉교수님께서 급하게 서예가 분들을 초청하여 만장 서사 행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학생들은 보조 역할을 하였으며 서예가들의 서사는 계속되었다.

 그런데 보조를 하며 서사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가슴이 뭉클하여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을 여러 번 느끼게 되었다. 서(書)라는 것은 무엇을 쓰든 자고로 기본법도 이외에 서사자의 성정과 함께 분명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장을 쓰시던 서예가분들 역시 노무현 대통령을 애도하는 마음을 담아 글씨를 쓰셨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정말 한장한장을 써낼 때 마다 모두 그러한 마음을 담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어 내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만장은 추모의 의미로 쓰는 글인 만큼 형식적인 서사가 아닌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 등이 배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내 생각이 거창하고 어이가 없을지언정) 그런데 몇 안 되는 서예가 분들께서 그 많은 것을 써 내려니 얼마나 힘이 들고 지쳤을 지는 뻔한 상황이 아닌가. 그렇다면 결국 만장의 진정한 뜻은 온데 간데 없고 형식만 남은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생각하건데 이 모든 행위들이 국민장 즉, 큰 규모의 장례를 치르는 것에 필요한 구색을 갖추기 위함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더욱 배가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자살은 어떠한 경우에서도 동정 받을 수 없는 대자연을 거스르는 매우 부정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만큼은 정치적인 측면과 죽음의 방식에 대한 것은 모두 제외하고 한 인간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마음만을 이야기 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이영철교수님께서 스치듯 농담 삼아 하신 말씀이 계속 귓전에 맴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지금 본인 장례를 치르기 위해 수천 장의 만장을 서사 하는 것을 아신다면 아마 벌떡 일어 나셨을 거야~"

 결국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나는 형식만 남아버린 이 모든 과정들이 너무도 가슴이 아프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개의 먼지만도 못한 나의 이러한 마음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그냥 왠지 무어라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것이다. 과연 이러한 말이 내가 해도 될 말인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민주주의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스스로의 주제를 망각하고 화두거리로 삼아 한 번 이야기를 해본다.

출처 : 한국서학연구소
글쓴이 : 문원변희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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