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李靖碑(唐, 王知敬)
당나라 초에 당 태종인 이세민이 왕희지 서학을 극력 제창하고 또한 친히 『진서(晉書)』본전에 「왕희지찬(王羲之贊)」을 짓자 왕희지를 배우는 풍토가 천하에 성행했다. 이 가운데 뛰어난 서예가들이 많았는데 왕지경(王知敬)은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비록 그들의 서풍은 구양순, 저수량처럼 뛰어나지 못했지만 또 다른 미의 서풍을 만들어 서예사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했다.
왕지경의 생졸연대는 자세치 않고 낙양 사람으로 벼슬을 태자가령(太子家令)에 이르렀기 때문에 ‘왕가령(王家令)’이라 불렸다. 행서와 초소를 잘 썼으며 특히 장초에 뛰어났다. 서서(署書)는 은중용(殷仲容)과 이름을 나란히 했다. 무측천이 사찰의 편액을 쓸 사람을 부름에 은중용은 ‘資聖’을 썼고 왕지경은 ‘淸禪’을 썼는데 모두가 뛰어났다. 장회관은 『서단(書丹)』에서 그의 글씨를 평해 “살결과 골이 겸해 있고 창은 족히 스스로를 호위할 수 있으며 깃털은 족히 날아 뒤집을 만하다. 마치 날개는 크게 도모함이 있어 하늘을 날아 오랑캐를 다 없애더라도 기이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했다. 전하는 작품으로는 <이정비> 등이 있다.
<이정비>는 또한 <위경무공비(衛景武公碑)라고도 부르며 당나라 현경(顯慶) 3년(658)에 세웠다. 허경종(許敬宗)이 글을 짓고 왕지경이 글씨를 썼으며 소릉에 배장(陪葬)했던 비의 하나이다.
학자들은 대부분 이 비의 글씨가 결코 구양순, 우세남, 설직의 아래에 있지 않고 혹 각자 장점이 있다고 했다. 조함(趙崡)은 『석묵전화(石墨鐫華)』에서 “왕지경의 글씨는 당시 이름이 있어 평하는 사람이 방현령(房玄齡), 은중용과 백중세를 이룬다고 했다. 내가 이 비의 굳센 아름다움을 보니 정말 구양순, 우세남과 필적할 만하다.”라고 했다. 손승택(孫承澤)은 『경자소하기(庚子消夏記)』에서 “글씨의 굳센 아름다움을 아낄만하고 점묘함은 무리에서 뛰어나 우세남, 저수량에 뒤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 비의 기운과 풍격을 보면 은령명(殷令名)의 <배경민비(裴鏡民碑)>와 매우 흡사하며 육조의 풍모와 운치를 가지고 있다. 용필은 가로가 평평하고 세로가 곧으며 형세를 따라 붓을 펴서 역세로 붓을 거두었다. 행필은 느리고 표일하면서 중간은 반쯤 윤택하고 영활하게 하여 방필과 원필을 겸용하여 점과 획을 깨끗하게 했다. 꺾음은 내엽법을 운영했으나 변화의 묘는 경중에 있어 모난 것은 둥글게 할 수 있고 둥근 가운데 골을 얻었다. 별과 날획은 서로 배합하여 마치 백구가 날개를 펼쳐 훨훨 나는 듯했다. 갈고리는 대체로 90도보다 크게 하여 얌전하면서도 큰 도량을 나타냈다. 결체는 너그럽게 하면서 힘써 횡세를 취하고 자태는 평정하면서 격려함이 심하지 않다. 그 결체의 묘한 법은 평정한 것을 전제하면서 조금 상하와 좌우의 위치를 옮기고 혹은 조금 오른쪽을 성글게 했으니, 예를 들면 ‘尙’자가 그러하다. 그리고 조금 왼쪽을 성글게 한 것은 ‘懽’가 그러하고, 왼쪽은 높고 오른쪽을 낮춘 것은 ‘頭’자가 그러하며, 왼쪽을 낮추고 오른쪽을 높인 것은 ‘怯’자가 그러하고, 중심을 오른쪽 아래로 달린 것은 ‘擾’자가 그러하며, 중심을 조금 오른쪽 위로 올린 것은 ‘被’자가 그러하고, 중심을 조금 왼쪽 아래로 향한 것은 ‘若’자가 그러하며, 중심을 왼쪽 위로 올린 것은 ‘分’자가 그러하다. 이 사이의 변화는 미묘하지만 험절함을 평정함에 깃들게 했다. 그러나 앞의 몇 줄은 자못 생경하나 중간에 이르러서는 필획마다 정묘해서 구양순, 우세남의 아래에 있지 않다는 말이 확실히 일리가 있다.
손과정은 <서보>에서 평정과 험절함을 말했는데 이 비는 평정의 극치를 이루었다. 서풍은 평화롭고 청려하며 온화하고 우아하며 골력의 안은 고르고 깨끗해 맑고 우아한 가운데 풍부한 자태를 함유하고 있어 가히 중화미의 대표작이라 하겠다. 이 비의 가장 큰 묘함은 위로 종요와 왕희지 및 수나라의 비지(碑誌)를 계승하고 가까이는 구양순, 우세남, 저수량을 이어 필법을 정미하게 했기 때문에 진일보 발전한 아름다운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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