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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 <자견>

自遣 對酒不覺暝 술을 마시며 저문 줄 몰랐더니 落花盈我衣 낙화가 내 옷에 수북하여라 醉起步溪月 취해 일어나 달빛 시내 걷는데 鳥還人亦稀 새들은 돌아가고 사람 또한 없구나 이백(李白)의 이란 시다. 자견이란 스스로 술에 취해 마음을 달래며 쓴 시다. 읽어 보고 거듭 읽어 봐도 역시 名詩요, 시선(詩仙) 이태백(李太白)이란 이름이 괜한 이름이 아니다. 사방에 꽃이 피어 아름다운 어느 봄날 야외에서 혼자 술을 마신 듯하다. 얼마나 술을 좋아하면 어두워지는 것을 모를 정도였을까? 얼마나 오랫동안 술을 마셨으면 옷자락에 꽃잎이 수북이 쌓였을까? 시를 읽다보면 늦은 봄날의 아름다운 광경이 눈에 선하다. 술에 취해 자연 속에 젖어드는 시인의 모습 또한 아름답다. 날이 어두워지고 달이 뜨니 시내에도 달이 비친다. 술에..

카테고리 없음 2022.04.21

효천 김은숙

새벽길을 걸으며 효천(曉泉) 김은숙(金銀淑)의 고향은 경북 울진이나, 서예를 시작한 것은, 경남 창원에 직장을 정하고 노석(露石) 이병남(李炳南) 선생을 만나면서였다. 결혼한 뒤 남편의 직장을 따라 경주로 이사하고, 다시 경기도로 올라오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으니 이제 서예는 효천의 취미요 예술이요 삶 자체가 되었다. 효천(曉泉)이란 호는, 은숙(銀淑)이란 이름과 연관된다. 은(銀)과 숙(淑)에서 고귀(高貴)하고 정결(淨潔)한 이미지가 떠오르니, 효천 역시 고요하고 유익하며 정결한 의미를 생각했다. 밤이 되면 하루종일 시끄러웠던 모두가 잠들고 가라앉아 고요해진다. 효(曉)는 그러한 상태에서 천천히 밝아오는 하루 중 가장 맑고 고요한 시간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도 물이고, 들판을 가로질러 흐르는 내나 강..

덕천 차준만

書之妙道 神彩爲上 덕천(德川) 차준만(車濬滿)은 서예 서각 그림 음악 등에서 탁월한 역량을 갖춘 작가이다. 그를 생각하면,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지금 처한 상황이 어렵다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할 사람도 아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늘 빠져 사니 그렇다. 덕천의 젊은 시절만 해도 입대 전에 차트를 배우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차트병으로 선발되면 노지초소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경계근무를 서기보다 따뜻한 건물 안에서 행정사무를 볼 수 있었으니 군대생활이 비교적 편했던 것이 주된 이유였다. 덕천은 육군본부에서 근무한 경력으로 안양서예학원에서 차트를 가르쳤고, 그곳에서 부인 하담(荷潭) 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