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니 몸이 근질근질 해진다. 텃밭일이 궁금해진다.
모처럼 쉬는 날이라고 주말을 기대했는데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별 수 없이 집에 들어박혀 있으니 무료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오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날이 화창하다.
부랴부랴 과천에 있는 화훼단지로 갔다.
웬 사람들이 그리 많던지 그리고 종류도 어찌 그리 많은지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다 살 수가 없기에
고르고 골라 꽃씨와 몇몇 꽃가지를 사왔다.
위에 있는 것은 꽃잔디이다. 지면패랭이꽃.
온 땅을 뒤덮고 패랭이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몇년을 가꿔 번성을 하면 가족묘로 옮겨심을 생각이다.
군락을 이룬 것만을 보아왔기에 함께 있어 곱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참으로 예쁘다.
이것은 매발톱이라는 꽃인데 매의 발톱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이꽃은 중국에서는 매춘화, 우리나라에서는 바람꽃이라고도 한단다.
다른종과의 교배를 더 즐긴다나 뭐라나?
그래서 70여종이나 교배종이 있다니 여린 이꽃에 담긴 사연도 많다.
집사람이 좋다고 추천하길래 단 한 주만이 남아있어 사온 것이다.
아직 나는 이 꽃과 사귀지를 못했지만 올 한해 서로 보며 많은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백합 작약 모란도 심어보았다.
작약과 모란은 조금만 있어도 화단에 풍성해지니
올 봄과 여름은 아무래도 심심치는 않을 것같다.
특히나 백합은 아무데나 던져놓아도 살 수 있는 꽃이라 하니
게으른 나와는 궁합이 잘 맞을 것 같다.
나는 네가 좋다만 너는 나를 싫어할 것 같다.
어릴 적 시골집에 핀 철쭉이 눈앞에 삼삼하여 매장을 지나칠 수 없었다.
들어갔더니 그 종류가 어찌그리 많던지?
좌우간 이 작은 가지에도 이렇게 꽃이 만발했으니
올 봄은 이를 보면서도 좋은 시간 보낼 것 같다.
튜울립도 무리지어 많이 피는 것을 보았는데
올해는 두 주만을 심었으니 네가 아무래도 이번에는 외로울 것 같다.
하지만 들꽃씨들을 주변에 뿌려놓았으니
다른 꽃들과 말동무를 하면서 올 봄은 그냥 넘기렴.
그리고 주인놈이 아주 가끔 와서 보더라도
마음 착한 네가 참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