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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름다운 이별 만장 출간

향수산인 2014. 9. 23. 15:23

 

현 사회는 동기간의 우애나 이웃 간의 사랑마저 점점 인터넷・TV・SNS 등등에 밀려 알게 모르게 고독한 존재들이 되어간다. 이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상황이 되어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요즘은 만남이 개인별로 이루어지고 연락처 역시 각자의 휴대폰에 저장하니,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연락처를 알 수 없고, 혹 연락처를 알더라도 그 친소(親疎)정도를 모르니 부고를 할 수도 없다. 따라서 고인과는 일면식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장례식장으로 오고가며 조문을 하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나를 사랑하며 키워주신 부모・조부모・친척이나, 내가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주셨던 존경하는 선생님, 그리고 함께 밤을 지새워가며 세상을 논하고 학문을 연구했던 친구・선후배를 잃었을 때,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눈물의 글이 있다면 이 얼마나 아름다울까?”라는 말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떠나는 그대 혼령 불러도 대답 없고

한 줌의 재가 되어 청산에 흩어지니

슬픔이 가슴에 서려 서천으로 넘어 가네. <박근모 2-015>

 

이렇게 생전에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과의 영원한 이별을 맞아 옛 선비들이 써왔던 눈물의 글이 바로 ‘만장(挽章)’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만장은 꽤 생소한 단어가 되었지만 예전 양반가의 장례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다. 근래 만장이 사라진 이유는 한글세대와 영구차의 등장으로 집약된다. 한문이나 한시가 앞에 놓이면 국민 대다수가 난감해 한다. 한문으로 된 만사를 지을 수도 읽을 수도 없으니, 그 내용이 아무리 간절하고 훌륭하더라도 결국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전락했던 것이다. 더구나 영구차량이 빠르게 도로를 달리니 만장을 들고 상주와 조문객이 따라 걸을 수도 없고 연도에서 이를 구경할 사람도 없게 되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두 가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 한국의 문맹률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이다. 한글의 우수성과 높은 교육수준 때문에 거의 모두가 자신의 마음을 자유로이 글로 표현할 수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읽기도 어려워하고 해석하기도 어려운 한문으로만 만사를 지을 필요가 없다. 또한, 들고 가는 만장이 아니라 빈소나 접객실⋅로비 등에 ‘걸어놓는 만장’으로 바꾼다면 상황이 또 달라진다. 많은 사람을 동원하지 않아도 되고 조화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훨씬 의미있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내에 걸어놓는 만장이라면 굳이 천에다 글씨를 쓸 필요도 없을 것이요 커야할 필요도 없다.

 

山頹安所仰 산이 무너지니 어디를 바라보며

天遠固難諶 하늘이 머니 참으로 믿기 어렵네. <한문만련 5-060>

 

이번에 도서출판 다운샘에서는 『아름다운 이별 挽章』을 출간하였다. 이 책은 서예가 도곡 홍우기를 비롯하여 시조시인 일석 박근모와 시인 동암 우성영의 공저이다. 2009년 출간한 『韓國의 挽章』이 조선시대 선비들의 만장을 소개하고 그 만장문화를 현 상장례에 적용하려한 것이었다면, 이번에 출간한『아름다운 이별 挽章』은 한 발 더 나아가 사람들이 즉시에 쓸 수 있고 읽어볼 수 있는 시조나 사행시와 같은 한글만사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길어지면 읽지 않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반영하여 한문만사 역시 대련(對聯) 정도로 실었다. 또한 상장례에 사용되는 성경구절을 국한문으로 수록하고 있으며, 근래에 작고한 한학자 서예가들의 만사를 실어 한문만장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翰墨重緣半百年   翰墨으로 맺은 인연 반백년인데

忽然捐世永安眠   홀연히 세상 버려 영원히 잠들었네.

斯文同道隨肩後   斯文에 道가 같아 어깨 뒤를 따랐는데

彼岸化仙哭𨋖前   저세상 신선되니 상여 앞에 우노라. <弔農山學兄 -李崇浩 7-515>

 

저자는 “이젠 현사회(現社會)에 어울리게 상여 앞에서 들고 가는 만장이 아니라 빈소・접객실 등에 걸어놓는 만장문화로 계승・변화・발전하였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죽은 이는 뒷전에 두고 술상 앞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기보다, 만사를 읽어보며 눈물을 훔치고 고인의 삶과 고인과의 소중했던 인연을 다시 생각해보는 그런 장례식장의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문장이나 글씨가 조금 서툴더라도 자신의 마음이 듬뿍 담긴 만장이 있다면 더욱 의미있고 아름다운 장례문화로 승화될 것이며, 친구들과 선후배는 물론, 대통령⋅시장⋅대표이사 등이 만사를 써서 상가에 보낸다면 그 글은 한 집안의 영광된 기록으로 남을 것이요, 고인을 위해서도 더 없는 위안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이별 挽章』은 이렇게 그동안 이런 저런 바쁜 이유로 무심하게 지나쳤던 사람의 존재의미에 대한 소중함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다.

 

우릴 두고 어디로 가시렵니까?

그대는 등불이고 희망이었네.

혼백은 천국으로 떠났다지만

저희는 오늘 당신 가슴에 묻네. <홍우기 4-077>

 

『아름다운 이별 만장』, 홍우기 박근모 우성영 지음, 신국판, 양장, 372쪽, 22,000원.

 

[연락처; 도곡 홍우기 010-4184-5453 / 도서출판 다운샘 02-449-9172]

 

출처 : 묵향마을
글쓴이 : 홍우기/陶谷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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