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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도(薛濤)의 춘망사(春望詞)

향수산인 2020. 7. 19. 12:18

 

 

설도(薛濤)의 춘망사(春望詞)

花開不同賞 꽃이 피나 함께 보지 못하고

花落不同悲 꽃이 져도 같이 슬퍼 못하네
欲問相思處 그리운 곳 물으려 하는...
花開花落時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시절이로다.

攬草結同心 풀을 잡아당겨 동심을 맺어
將以遺知音 님에게 보내려 해요
春愁正斷絶 근심에 애가 타는데
春鳥復哀吟 봄새가 다시 와 애달피 우네.

風花日將老 바람에 흔들리며 꽃은 날로 시들고
佳期猶渺渺 아름다운 기약은 아득하여서
不結同心人 그대와 동심을 엮지 못하고
空結同心草 부질없이 동심초만 엮고 있어라.

那堪花滿枝 어찌 감당하랴 꽃이 가득한 가지가
飜作兩相思 도리어 그리움으로 변하는 것을
玉箸垂朝鏡 아침 거울 흐르는 두 줄기 눈물
春風知不知 봄바람아 너는 아느냐 모르느냐?

이 해서는 <춘망사> 4수중 네번째시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에 여류시인으로 황진이와 이옥봉이 있다면 중국에는 설도(薛濤, 약770-832)가 있다. 설도는 어렸을 적부터 시문에 뛰어났다. 그녀는 원래 장안(長安) 출생이었지만, 사천성 성도(成都)의 자사(刺史)로 부임한 부친을 따라 성도에 와서 살게 되었는데, 부친이 반란을 진압하는 도중에 전사하게 되고, 모친도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자, 살길이 막막해진 그녀는 악기(樂妓)가 되었다고 한다. 설도가 성도의 명기(名妓)로 알려진 것은 위고(韋皐)가 서천 절도사로 부임한 뒤였다. 위고의 성원으로 그녀의 명성은 장안까지 알려졌다.
후원자 위고가 죽은 뒤 설도는 원진(元稹)을 사모했다고 한다. 이 <춘망사(春望詞)>는 설도(薛濤)가 사천(四川)성 성도(成都)에서 은거할 때 만난 원진(元稹)을 잊지 못하고 그를 기다리는 애틋한 심정을 시로 읊은 것이라 하는데 시를 보면 지금도 가슴이 절여온다. 설도는 당대의 유명한 문인 관료 처사 등과 교류를 하였으니, 그들은 백거이(白居易) 유우석(劉禹錫) 왕건(王建) 장적(張籍) 고숭문(高崇文) 단문창(段文昌) 이덕유(李德裕) 등이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여교서(女校書)라 부르며 존경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 <춘망사(春望詞)> 4수 가운데 세 번째 수로 <동심초(同心草)>라는 노래를 만들어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고 한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바람에 꽃이 지니 세월 덧없어
만날 날은 뜬구름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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