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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6. 장흑녀묘지(南北朝, 北魏)

향수산인 2009. 6. 10. 11:51

  

26. 張黑女墓誌(南北朝, 北魏)


<장흑녀묘지>의 전체 명칭은 <위고남양태수장현묘지(魏故南陽太守張玄墓誌)>이다.  여기서 ‘玄’자가 ‘黑女’로 된 것은 청나라 강희 황제의 이름인 ‘玄燁’을 휘(諱)하느라 자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북위 진태(晉泰) 원년(531)에 새겼으며 해서로 행마다 20자씩 20행을 썼다.  원석은 이미 오래전에 없어졌고 단지 하소기(何紹基)가 소장했던 고본(孤本)만이 전해져 현재 상해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이 작품은 북위 묘지에서 가장 우아하고 고요하며 서권기가 있는 걸작이다.  포세신은 발문에서 “이 작품의 뛰어나고 예리함은 <준수라비(雋修羅碑)>와 같고, 둥글게 꺾은 것은 <주군산비(朱君山碑)>와 같고, 성글고 명랑함은 <장맹룡비(張猛龍碑)>와 같고, 고요하고 긴밀함은 <경현준비(敬顯雋碑)>와 같다.”라고 했다.  이를 보면 진선진미를 갖추지 않음이 없는 것 같다.  또한 하소기도 발문에서 “전서와 분서를 변화하여 해서에 도입해서 신묘하지 않음이 없으나 굳세고 정미하면서 예스러운 작품은 <장흑녀묘지>에 비견할 만한 것이 없다.”라고 했다.  하소기는 이 작품을 가장 많이 썼고 영향 또한 깊었다.

이 묘지는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모두 무궁한 아름다움을 있으나 이런 아름다움은 또한 언어로 표현하기가 어려우니 이는 평화롭고 고귀한 기질에서 세워진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용필에서 먼저 가로획은 평평하고 세로획은 곧은 원칙을 준수하여 기울어진 것으로 형세를 취하지 않았으며 필획마다 매우 온건함을 얻었다.  보통 사람이 썼다면 평범하고 판에 박힌 듯한 병폐가 나타나기 쉽겠지만 이를 쓴 사람은 오히려 뜻하지 않게 각 필획마다 이와 같이 뛰어남을 얻어 무궁한 예술적 매력을 느끼게 했다.  각 필획을 보면 표면적으로는 확실히 평평하고 곧으나 그 심도를 보면 하나도 평평하고 곧음이 없다.  이는 평면상의 평평하고 곧은 운동이 운필 과정의 제안과 경중의 심도 운동과 더불어 각 필획에서 통일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붓끝이 칼과 같아 각 필획에 깊게 들어가 곳곳에서 심도 공간의 암시성을 나타냈기 때문에 깨끗하고 둥글며 윤택하면서 맑고 아름다움을 견줄 바가 없다.  예를 들면 ‘故’자의 오른쪽 삐침은 매우 가늘다가 행필의 중간에서 가볍게 한 번 눌러 둥글고 윤택한 심도 공간을 더욱 교묘하게 암시했다.  가로로 향하는 필획은 비교적 길게 하여 이것으로 다리를 지탱했다.  짧은 필획은 의식적으로 포만하고 짧게 하여 선을 점으로 변화시켜 비교적 강렬한 대비를 형성했다.  동시에 또한 중간의 공간에 성글고 명랑하면서 여유로운 자태를 나타내 필획은 짧으나 필의는 길게 했다.  왼쪽 삐침은 매우 간결하고 때때로 단지 일파이절(一波二折)만 하여 끝을 내보는 부분을 매우 짧게 함으로써 굳세고 밝으면서 아름다운 특색을 이루었다.  그러나 용필에서 가장 성정이 풍부한 곳은 전절부분으로 변화의 실마리가 없고 매우 자연스럽다.  예를 들면 첫 행의 8글자에 10개의 전절이 있는데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혹 둥글거나 모나고, 혹 가볍거나 무겁고, 혹 둥근 것 같으면서도 둥글지 않고, 모난 것 같으면서도 모나지 않는 묘함을 붓끝에서 변화를 다해 생동한 정취를 얻었고 가벼움이 자연스럽다.  결구에서는 힘써 가로의 형세를 취했고 세로의 필획은 때때로 수렴시켰다.  아울러 예서 필법을 섞었으나 흔적을 드러내지 않는 묘함이 뛰어났다.  자태는 조용하면서 큰 도량이 있고 때로는 훨훨 자유롭게 나는 형상도 있다.  행간은 조밀하고 자간이 성근 것은 한나라 예서의 옛날 격식으로 변화가 있으면서 맑고 표일해 기운과 풍격이 순수하다.  이런 해서 필법은 종요(鍾繇)가 전하는 어느 작품보다도 뛰어나다. 

 

출처 : 한국서학연구소
글쓴이 : 한국서학연구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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